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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3.08 [이집트] 4일
travel2014. 3. 8. 11:19

* Day 4 - 람세스와 네페르타리를 만나다


  아부심벨 투어를 가기 위해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현지 시각 02시 30분 일어나서 씻고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픽업 차량을 타고 출발했다. 멀리 가지 않아서 어딘가에 잠깐 정차했는데 내려보니 아부심벨 투어를 가는 것 같은 차량들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45인승 버스도 있는 것으로 봐서 아부심벨로 향하는 관광객이 많은 것 같았다.


< 아부심벨 투어차량과 관광객들 >


  아부심벨 신전은 아스완으로부터 약 300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해가 뜨기 전부터 달리기 시작했지만 이내 태양이 모습을 보였고 에어컨을 틀지 않은 상태에서는 바람이 불면 천국 불지 않으면 지옥 같았다. 차 안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오산이었다. 구글맵으로 확인해보면 자가용으로 4시간 50분 걸린다고 나와있는데 실제로 가는데 소요된 시간은 4시간이 채 안 걸렸다. 어쨌든 무사히 아부심벨 신전에 도착했다.


< 아스완 에서 아부심벨 까지의 거리 - 출처 : 구글맵 >


  아부심벨 신전은 람세스 2세가 사랑하는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해 지은 것으로 유명하다. 총 두 개의 신전이 있는데 대신전은 왕 자신을 위해 지은 것으로 입구에 높이 22m의 람세스 2세의 상 4개가 있다. (하나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듯 훼손되었다.) 소신전은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해 지은 것으로 대신전에서 90m 떨어진 북쪽에 있는데 입구에 높이 10m의 상 6개가 있다. 4개는 왕을 2개는 왕비를 나타낸다고 한다. 입장료는 80L.E.(약 13,000원)인데 이곳도 역시 국제학생증이 있으면 할인받을 수 있다.


< 아부심벨 대신전 >


  피라미드를 볼 때부터 느낀 거지만 이집트의 건축물을 보고 있자면 고대 이집트인들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인간의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를 새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신전 내부는 사진 촬영 금지 구역이라 사진은 없지만 많은 벽화들과 상(像)이 남겨져 있다. 이렇게 큰 신전을 지은 것도 대단하고 아직까지 잘 보존하고 있는 것도 참 대단한 것 같다.


< 아부심벨 소신전 >


  신전 두 개를 둘러보고 그늘에 앉아서 잠깐 쉬었다. 덥긴 하지만 아직 절정의 더위가 아니라서 그런지 버틸 만했다. 전날 아스완 역 근처 과일가게에서 산 자두는 진심 꿀맛이었고 신전 문지기들한테 인심 쓰기에도 좋은 아이템이었다. 덕분에 소신전에서는 황금열쇠 모양의 열쇠고리를 들고 사진도 여러 장 찍을 수 있었다.


< 아부심벨 신전 파노라마 - 좌측이 대신전 우측이 소신전 >


  아부심벨 신전은 원래 지금의 위치보다 더 아래쪽에 있었는데 아스완하이댐의 건설에 따라 이 지점의 수위가 높아져 수몰의 운명에 놓이게 되었으나 유네스코의 도움으로 이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유네스코의 노력과 현대 공학의 혜택으로 1963∼1966년에 이 신전을 원형대로 70m를 끌어올려 영구히 보존하게 되었다고 하니 유적을 직접 감상한 사람으로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 꿀맛 같았던 자두 >


  이 유적을 보기 위해 장장 네 시간에 걸쳐 자동차로 달려왔으나 실제 유적 관람 시간은 두 시간 가량이었다. 다시 아스완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네 시간을 달려가야 한다는 것은 함정. 여느 유적지와 마찬가지로 신전에서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기념품 가게들이 즐비해 있었고 고객을 끌어들이려는 호객꾼들도 많이 있었다. 


< 이집트 주유소 >


  다시 아스완으로 돌아가는 길 잠시 주유소에 정차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이곳 주유소에도 상점이 있었는데 마실 것을 사 먹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기 위해 잠시 머물렀다. 만약 이집트에 에어컨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도 하기 싫어진다.


< 아부심벨 투어차량 >


  다시 멤논 호텔로 돌아와서 간단히 짐 정리를 하면서 쉬었다. 지도상으로 파악한 결과 아스완에서 아부심벨 왕복은 서울에서 부산 왕복거리 이상... 그걸 12시간도 안돼서 왕복했으니 지치는 게 당연한것 같다. 게다가 여기는 날씨가 더워서 더 지치는 것 같다. 아부심벨~아스완의 위도는 22~24도 싱가포르의 위도는 1도, 근데 왜 여기가 더 더울까...


< 아스완 역 매표소 >


   멤논 호텔에서 두 시에 나와서 아스완 역까지 택시를 탔다. 어제 나름 친해진 무스타파 아저씨(택시 기사님)를 못 봤더니 조금은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역에서 룩소르행 기차표를 끊으려고 했는데 줄은 서있지만 질서는 별로 없었다. 혼돈의 매표소를 뚫고 룩소르행 1등석 기차표 석 장을 끊어서 기차에 탑승. 이렇게 아스완과 이별을 하게 되었다.


< 아스완 역 벽면에 붙어있는 그림, 왼쪽 아래 슬리핑 트레인 광고가 눈에 띈다 >


  기차에서 한숨 잤다. 출발했을 땐 에어컨이 고장 났는지 완전 더웠다. 흐르는 땀을 닦으며 겨우 버티고 있었는데 한 시간쯤 경과 후 수리가 되었는지 객실 안은 시원해졌고 다시 평온함을 찾을 수 있었다. 빨리 룩소르에 있는 숙소에 도착해서 찬물에 샤워하고 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올해는 어떤 더위가 찾아와도 이집트 생각하면서 죄다 견딜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룩소르행 기차 >


  룩소르에서 묵을 숙소는 아지트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였지만 도미토리 형식은 아니고 2인실에 침대 하나를 더 넣어서 3인실로 사용했다. 룩소르 역에서 숙소까지 지도를 보며 잘 찾아간 뒤 씻고 근처 슈퍼에서 필요한 것을 사온 다음 저녁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판매하는 닭볶음탕으로 선택했다. 음식 하는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두 시간은 걸린 것 같다. 하지만 누비아 레스토랑에서 한 번 경험해봐서 어느새 기다림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 아지트 게스트하우스 닭볶음탕 >


  시장이 반찬이었지만 음식 맛은 훌륭했다. 옥상에서 식사가 가능했는데 이곳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게스트하우스 사장님이 직접 선곡한(?) 음악도 흘러나왔는데 음악을 듣고 있자니 사장님 감성이 참 고풍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옥상에는 고양이도 한 마리 있었는데 한쪽 눈을 다친 상태였다. 개인적으로 강아지나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날만큼은 뭐에 홀렸는지 고양이를 쓰다듬어주기도 하고 같이 사진도 찍었다. 


< 게스트하우스 고양이 >


  저녁을 먹고 게스트 하우스 사장님과 함께 술 한잔 기울였다. 이집트 와서 마시는 술은 많아야 맥주 한두 캔 정도 될 줄 알았는데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사장님은 사람을(이라고 쓰고 술이라고 읽는다) 무척이나 좋아하시는 분이었고 오랜만에 타지에서 시작된 술자리는 결국 보드카 한 병을 다 비우고서야 끝났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 고양이는 나에게 무슨 말을 하는걸까 >




to be continued...

Posted by 시나브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