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2014. 2. 16. 21:21

* Day 3 - 아스완의 추억


  아침 8시, 노크소리에 눈을 떠서 문을 열어보니 아침 먹을 시간이라고 했다. 메뉴는 빵 세봉지. 처음 한 개는 잘 먹었는데 나머지 두 개는 빵만 먹기 힘들어서 꿀과 버터, 치즈를 총 동원해서 겨우 먹었다. 씻고싶은데 객실 내의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은 너무 약하고 밖에 있는 화장실은 더러워서 고민(결국 밖에서 간단히 머리만 감았다) 열차는 생각보다 많이 흔들렸다. 아침 먹은 식판을 수거해가는 승무원 아저씨도 팁을 요구하는 이나라. 정말 대다나다 ㅋㅋ


< 아스완 - 출처 : 네이버 >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의 거리는 서울-부산 왕복 거리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집트 일정을 카이로 IN, OUT으로 잡았기 때문에 다시 돌아오는 것까지 고려해본다면 서울-부산 거리를 두 번 이상 왕복한 셈이 된다. 12시간이 넘는 여정 끝에 아스완에 도착했다. 카이로가 복잡한 도시 느낌이라면 아스완은 한적한 시골 느낌이랄까? 가뜩이나 더운 나라에서 적도쪽으로 더 가까이 갔으니 더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걸로...


< 아스완 기차역 >


  아스완 역을 등지고 오른 편에 있는 여행안내소에서 간단한 지도를 받은 뒤 택시를 타고 멤논 호텔로 이동했다. 역에서 숙소까지의 거리는 차로 5분이 채 안 걸린다. 초행길이고 날씨가 더워서 택시를 탔을 뿐 다시 아스완 역으로 돌아올 때는 걸어왔다. 숙소 사진이 없는데 가격은 트리플룸이 150L.E.(약 23,000원) 별점은 별 한 개. 그래도 나름 방에는 창문형 에어컨도 설치되어 있었고 호텔 로비에서 (AP를 켜달라고 얘기하면) 무료 와이파이도 이용 가능했다.


< 택시 안에서 >


  (내 생각에) 모처럼 관광객을 만난 기사님은 우리에게 향후 일정에 대해서 물어봤고 숙소로 데려다 주는 내내 우리와 함께 하고 싶다(라고 쓰고 돈을 벌고 싶다고 읽는다)라는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맘처럼 되지 않자 우리가 숙소에 도착해서 올라간 뒤 바로 내려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밖에서 대기하다가 내려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택시 기사님과의 인연은 질기게도 아스완을 돌아다니면서 몇 번을 마주치게 되었다. 아스완을 떠나는 날 만났으면 사진이라도 한 장 찍었을 텐데 그러지 못해 조금 아쉬웠다.


< 멤논호텔 - MEMNON HOTEL >


  카이로나 룩소르와는 달리 아스완에는 한인 숙박 시설이 없다. 혹시나 이집트에서 게스트하우스나 민박을 생각 중이라면 아스완에 하나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 멤논 호텔에서 창밖으로 내다본 풍경 >


< 멤논 호텔에서 창밖으로 내다본 풍경 - 파노라마 >


  숙소에서 씻고 낮잠을 잔 뒤 나와서 아스완 역 쪽으로 걸어가다가 맥도날드에 들러서 맥플러리를 먹었다. 시원한 맥도날드도 좋았지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아이스크림은 행복 그 자체였다.


<맥도날드에서의 행복>


  아스완 역까지 걸어오는 길에서 파피루스 기념품을 파는 애들을 만났다. 우리 셋은 눈길도 안 주고 걸어가려고 하는데 자꾸 귀찮게 달라붙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기념품을 파는 척하면서 남의 물건을 슬쩍하는 소매치기였다. 일행 중 한 명이 주머니에 있던 현금을 분실해서 알게 된 사실인데 말로만 듣던 소매치기를 당하고 나니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역 근처에 있는 피자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찜통 속에서 먹는 화덕 피자는 아무런 맛이 안 느껴졌다. 더워서 입맛은 하나도 없었지만 몸을 움직여야 되니깐 억지로 먹었다. 살기 위해 먹는다는 기분이랄까? 점심을 먹고 나와서 역을 등지고 왼편에 있는 시장 골목에서 과일이랑 음료수를 사고 기념품 가게를 둘러본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열대지방에서는 과일을 사 먹어야 한대서 사 먹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전부 이집트에서 생산하는 건 아니고 수입하는 것도 있다고 했다.


< 시장에서 파는 과일 >


  다시 숙소에 들어와서 낮잠을 잔 뒤 귀중품만 챙겨서 펠루카(고대에 지중해에서 돛이나 노를 사용해 움직였던 배 - 네이버 백과사전)를 타러 나갔다. 강의 상류 지역이라서 그런지 강 바람이 제법 불었고 덕분에 배가 생각보다 잘 움직였다. 나를 제외한 친구들은 중간에 강에 뛰어들어서 수영을 했는데 엄청 시원해 보였다. 수영을 못하는 나는 그냥 나일강 물에 손을 담가보는 것이 전부였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만약 배가 뒤집혔으면 수영 못하는 나만 물귀신이 될 뻔했다.


<펠루카>


  나일강 중간에 있는 섬(BOTANIC ISLAND)에 내려서 잠깐 구경을 하기도 했다. 여기도 입장료를 받았는데 가격은 10L.E.(약 1,500원) 별로 볼 것도 없는데 괜히 내렸다는 생각도 들었다. 


< 나일강 풍경 1 >


< 나일강 풍경 2 >


  강가에 정박해 있는 펠루카들을 보면서 스위스 루체른에서 봤던 모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유럽에서는 돈 많은 사람들이 취미생활로 즐기는 수단이 이곳에서는 돈 없는 사람들의 생계 수단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 나일강 풍경 3 >


  펠루카 운전하는 사람들이 저녁 레스토랑을 추천해 준다고 해서 간 곳은 누비아인들이 사는 곳에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음식 두 개를 시켰는데 나오는데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어느새 해는 떨어졌고 오늘 안에 저녁을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정전까지 발생 ㅋㅋ 결국 한 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서 나온 음식을 허겁지겁 먹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나왔다.


<누비아>

  고대 아프리카 북동부에 있었던 지명으로, 이집트인이 이 지방의 흑인을 놉(Nob:노예라는 뜻)이라고 부른 것이 ‘누비아인’으로 되어 누비아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 네이버 백과사전


< 누비안 레스토랑 >


< 무려 한 시간 반 이상을 기다려서 나온 저녁식사 >


  숙소로 돌아가려면 다시 배를 타고 건너가야 했다. 반대편은 정전이 된 상황. 이 상황에서 드는 생각은 어떻게 숙소로 돌아가지라는 생각보다는 전기 안 들어오면 더워서 어떻게 자지라는 생각뿐이었다.


<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린 곳 >


< 강 건너는 정전이었다 >


< 부익부 빈익빈 - 비싼 동네는 전기가 들어왔다 >


  숙소에 돌아와서 찬물로 샤워하고 에어컨 앞에 누웠다. 잠깐 이나마 '이곳이 천국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바로 '내일은 또다시 지옥이 시작되겠지'라는 생각이 이어졌다. 아부심벨 투어에 가려면 새벽 두 시에 일어나야 해서 일찍(이라고 하지만 밤 10시) 잤다. 




to be continued...


Posted by 시나브로 :)